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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2018스5)
    법률 정보와 평석-친족법/친족법(최신판례 평석) 2021. 12. 29. 14:37

     

     

     

     

    ○ 사건요지와 평석

     

    이 사건의 부부의 딸은 고등학생때 아이를 낳았는데, 딸이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과 이혼하며 자식을 못키우겠다고 하며 부모의 집에 아이를 두고 가출하였습니다. 이로써 이 사건 부부는 생후 7개월인 손주를 맡아 양육하게 되었고, 손주는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외조부모를 아빠, 엄마로 부르며 부모로 알게 되었습니다. 친생부모에게 손주의 친권과 양육권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부부는 손주가 초등학교 입학하여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을까봐 법원에 일반 입양을 청구하였고, 친생부모도 동의하였다고 합니다.

     

    1,2심 재판부는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게 되면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 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미성년후견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입양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원심 결정을 뒤집으며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된다면서,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합의 등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으로 이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적용한 민법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상 입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그리고 양자가 될 사람의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870조, 제871조). 그 밖에 양부모가 성년자이고 배우자가 있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니고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의 동의를 얻을 것 등 양부모와 양자의 자격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민법 제866조, 제874조, 제877조).

    민법은 제정 당시 미성년자의 입양과 성년자의 입양을 구별하지 않고 위에서 본 입양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추면 당사자의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성립한다고 정하였으나,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민법을 개정하여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제867조). 이는 아동학대의 습벽이 있는 자와 같이 양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입양제도를 남용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부적격자에 의한 입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부모와 입양아동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민법 제867조 제 1항),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89. 11. 20. 채택되었고 대한민국도 가입하여 1991. 12. 20. 국내에서 발효되었다.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제21조는 입양제도를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당사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보호의뢰된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입양특례법 제4조는 ‘입양의 원칙’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입양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

     

    민법이 존속 또는 연장자를 제외하고는 혈족관계간에 입양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민법 제877조),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하여 친족을 입양하는 경우가 있어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기에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는 것이 가족공동체 질서에 혼란을 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 대법원 결정 전문

     

    【대상 판결】

     

    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미성년자 입양허가] 

    【전문】

     
    【청구인, 재항고인】
    재항고인 1 외 1인 
     
    【사건본인】
    사건본인 
     
    【원심결정】
    울산지방법원 2017. 12. 18. 자 2017브10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가정법원에 이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과 쟁점

    재항고인들은 외손자인 사건본인의 부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의 아들로 입양하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사건본인에 대한 입양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판단 기준 또는 고려요소가 무엇인지가 이 사건 쟁점이다. 

    먼저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과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기준에 관하여 살펴보고,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의 허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를 검토한 다음, 항을 바꾸어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하고자 한다. 

    2.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

    입양은 출생에 의해 부모·자녀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정한 절차를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민법상 입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부모와 양자가 될 사람 사이에 입양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그리고 양자가 될 사람의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민법 제870조, 제871조). 그 밖에 양부모가 성년자이고 배우자가 있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할 것, 양자는 양부모의 존속이나 연장자가 아니고 배우자가 있으면 배우자의 동의를 얻을 것 등 양부모와 양자의 자격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민법 제866조, 제874조, 제877조).

    민법은 제정 당시 미성년자의 입양과 성년자의 입양을 구별하지 않고 위에서 본 입양의 합의와 부모의 동의라는 요건을 갖추면 당사자의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성립한다고 정하였으나,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민법을 개정하여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하여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제867조). 이는 아동학대의 습벽이 있는 자와 같이 양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입양제도를 남용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등 부적격자에 의한 입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후견적으로 개입하여 입양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민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정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입양의 요건으로서 양부모와 입양아동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3. 미성년자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

    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민법 제867조 제 1항),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유엔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989. 11. 20. 채택되었고 대한민국도 가입하여 1991. 12. 20. 국내에서 발효되었다. 이하 ‘아동권리협약’이라 한다) 제21조는 입양제도를 인정하거나 허용하는 당사국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시설이나 입양기관에 보호의뢰된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인 입양특례법 제4조는 ‘입양의 원칙’에 관하여 이 법에 따른 입양은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그 개정 취지와 더불어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가사비송사건이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가정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을 탐지하고 필요한 증거 조사를 하여(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입양의 동기와 목적, 양부모가 될 사람의 양육능력과 양부모로서의 적합성, 양육 상황 등을 심리하여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후견적으로 판단하 여야 한다. 양부모가 될 사람이 미성년자를 입양하려고 하고 입양아동의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고 있더라도,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4.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허가의 판단 기준과 고려 요소

    가.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 손자녀 입양의 허용 여부 

    (1)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불허할 것인지 문제된다. 

    위 2.에서 보았듯이 입양은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이미 혈족관계가 존재하지만 부모·자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참조).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입양은 본래 혈족을 입양하는 것으로서,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하여 조카 항렬의 남계 혈족을 양자로 삼아 이른바 소목지서(昭穆之序)를 지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족질서 관념이 엄격한 조선시대에도 위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외손자를 입양하거나[조선시대 예조의 입양허가 관련 기록인 수양시양등록(收養侍養謄錄)과 법외계후등록(法外繼後謄錄)에 수록되어 있다. 후자는 책 본문 첫머리에 기재된 제목에 따라 별계후등록(別繼後謄錄)이라고도 한다] 손자 항렬의 혈족을 입양하기도 하였다. 조선고등법원 1932. 11. 15. 판결은 증손항렬을 사후(死後) 양자로 삼은 사안에서 양부가 될 자와 동성동본의 혈족으로서 아들과 같은 항렬 이하에 있는 자는 양자로서의 적격이 있으므로 이러한 입양도 유효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민법이 존속 또는 연장자를 양자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소목지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재종손자(再從孫子)를 사후양자로 선정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347 판결 참조).

    비교법적으로 보면,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족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거나 간이하게 입양할 수 있도록 절차적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입양을 권장하기도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과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祖孫)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에 대하여 부모의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조부모의 입양허가 청구 사건에서 심리할 사항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나. 입양의 의사와 목적

    (1)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입양 의사는 입양의 요건 중 하나이다. 입양의 의사는 당사자 사이에 실제로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이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므1553, 1560 판결 등 참조). 부모에게 자녀에 대한 양육·부양의무가 있는 미성년자 입양의 경우에는 부모로서 자녀와 함께 살면서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하며 경제적, 정서적으로 영속적 생활공동체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의사가 없이 단순히 손자녀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법정대리권이나 재산관리권을 얻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 의사가 부정될 수 있다. 그러나 조부모가 손자녀와 양친자관계라는 새로운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여야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에게 친생부모에 관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이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였거나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해서 입양의 의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친생자관계와 양친자관계는 그것이 출생으로 성립하는지 입양으로 성립하는지가 다를 뿐이고, 어느 쪽이든 친자관계가 성립하고 나면 그 효력과 내용이 같다. 입양이 이루어지면 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민법 제882조의2 제1항. 다만 양자의 성(姓)이 양부모의 성으로 변경되지는 않는다], 양부모의 혈족이나 인척과 사이에도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친족관계가 성립한다(민법 제772조). 따라서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는 친권, 상속, 부양 등 친자관계에 관한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양부모의 입양 의사는 입양을 통해 이러한 친자관계, 즉 부모·자녀 관계를 맺을 실질적인 의사를 뜻하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입양 의사의 요소는 아니다.

    입양아동이 자신이 친생자인 것으로 알고 성장하다가 뒤늦게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 충격과 진실을 숨겨 온 가족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되므로 처음부터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입양 사실을 자녀에게 알릴 것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릴 것인지는 입양 가족이 처한 상황, 자녀의 나이, 성격, 주위 환경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다.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사건의 가사조사와 심리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밝혀 자녀가 입양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담과 조언을 할 수 있다.

    (3)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자녀 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의 국적 취득, 상속, 다자녀로 인한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신중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조부모는 입양될 자녀의 양부모이자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도 겸하고 있으므로, 입양의 주된 목적이 친생부모의 혼인이나 사회생활을 용이하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입양 의사가 있는지와 더불어 입양의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도 주의 깊게 심리하여야 한다. 

    다.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1)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이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하고 13세 미만이면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을 승낙한다(민법 제869조 제1항, 제2항). 법정대리인이 친생부모가 아닌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도 별도로 요구되고, 부모가 친권을 상실하거나 소재불명인 경우,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자녀를 학대·유기하는 등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민법 제870조). 

    이처럼 자녀의 입양을 위해서는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여야 한다. 친생부모 중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여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는 친생부모의 나이가 어리거나 미혼인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등 그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하여 양육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2) 2011년 전부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이 그가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3조 제2항). 친생부모의 입양동의는 아동이 출생한 때부터 1주일의 숙려기간이 지난 후에 이루어져야 하고(제13조 제1항), 입양기관은 입양동의 전에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및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입양 절차, 입양정보 공개 청구’ 등에 관하여 충분한 상담을 제공하여야 한 다고 정한다(제13조 제3항, 「입양특례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참조). 이는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숙고하여 입양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동권리협약 제21조 (a)항 역시 같은 취지에서, 당사국은 권한 있는 기관이 ‘부모, 친척, 후견인 등 입양동의가 요구되는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상담을 통해 입양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고서 입양에 동의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입양을 허가할 것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3) 민법상 입양에 관하여 입양동의 전 상담이나 관련된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이 없지만, 친생부모가 자녀의 양육이나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고서 입양동의를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위 입양특례법이나 아동권리협약의 취지는 민법상 입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입양허가 사건을 심리하는 가정법원은 친생부모에 대한 가사조사나 상담, 심문 등을 통해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자녀 양육에 관한 정보, 입양의 법률적 효력, 파양, 입양동의의 요건과 철회 가능성, 입양 절차’ 등에 관하여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생부모가 현재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입양에 동의하는 이유 등을 심리하여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충분히 숙고한 후 이루어진 자발적이고 확정적인 것인지 확인하고, 친생부모에게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있다면 입양동의를 철회하도록 권하며, 그들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에 관하여 상담·안내하고 담당 기관을 연계하여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 청취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입양에 자녀의 동의가 필요하고(민법 제869조), 이는 입양특례법상 입양에 관하여도 같다(입양특례법 제12조 제4항). 가정법원은 입양허가 심판을 할 때에 양자 될 사람이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 민법 제869조는 법정대리인이 자녀를 대신하여 입양에 동의한다고 정할 뿐이고, 민법, 입양특례법과 가사소송법에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 청취에 관해서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아동권리협약 제12조는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 정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될 것을 당사국이 보장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아동 관련 사법절차에서 아동에게 진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정한다. 이 협약은 특정한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이라면 누구든지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하고 다만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그 의견에 비중을 두도록 정하는 데 반하여, 민법은 입양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13세 미만 아동의 의견 진술 기회에 관하여 정하고 있지 않다. 아동은 학령기 이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고 표현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고 양육 상황이나 양부모의 적합성 등을 판단하는 데 아동의 의견 청취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은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가급적 그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입양되는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가능성과 친족관계 혼란 문제

    (1)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미 출생으로 맺어진 조손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관계가 법적인 부모·자녀 관계로 변경된다. 조부모와 자녀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다른 가족의 태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실질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된 경우 입양으로 기존의 관계가 부모·자녀관계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고 입양이 자녀의 정서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자녀가 입양의 의미를 알고 입양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가족이나 주변의 친척들이 입양에 협조적인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친생부모가 조부모나 자녀와 동거하거나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친생부모와 양부모의 양립으로 정서적 혼란을 겪거나 주변 가족이나 친족들이 양친자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가정법원은 조부모나 자녀와 친생부모의 교류 관계에 관하여도 심리하여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2) 종래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면 조부모와 양부모의 지위가 중첩되고 친생부모는 자녀의 부모이자 형제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나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고, 자녀의 정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실무례가 많았다.

    과거에 입양은 가계 계승과 양부모를 위한 제도로 기능하였지만, 1990년 가계 계승을 위한 사후양자 등 폐지를 시작으로, 2005년과 2012년 친양자제도와 입양허가제도 신설 등으로 점차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한 기본 이념이 변화하였다. 위 3.가.에서 보았듯이 미성년자의 입양에 관하여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적인 고려요소이다. 따라서 조부모가 입양을 원하고 친생부모가 숙고하여 자발적으로 입양에 동의하는 등 입양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후견적 관점에서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입양을 불허할 수 있다. 

    조부모가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부모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자녀 양육을 돕거나 그들을 대신하여 자녀를 양육·부양할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친생부모 누구도 자녀를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할 경우 영속적인 친자관계를 맺고 부모로서 자녀를 더욱 안정적으로 양육·부양할 수 있다. 특히 조부모와 자녀가 이미 실질적으로 양친자와 같은 생활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법적으로도 실제에 부합하는 신분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 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관계가 확립되어 있거나 자녀가 친생부모와 자주 교류하는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가정의 상황,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와 성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친생부모와 교류 관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조부 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자녀의 행복과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종래 부부와 그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를 표준적인 가족 형태로 삼아 가족관계를 규율하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혼인율과 출생률 감소, 이혼과 재혼가정의 증가 등으로 가족 형태의 정형성이 감소하고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가족에 대한 관념과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은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은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6. 8. 자 2020스575 결정 참조). 가정법원은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후견적 재량을 갖지만 그러한 재량이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고 합목적적으로 행사되어야 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가족관계 구성을 국가기관이 허가하지 않을 때에는 이것이 ‘아동의 복리’라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가정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고 볼 구체적인 사정이 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여야 한다. 이러한 심리와 비교·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가족 내부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한다면 입양허가에 관한 합목적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가족 구성에 관한 입양 청구인들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4) 입양이 이루어져도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하므로(민법 제882조의2 제2항. 이 점에서 입양 전의 친족관계가 종료되는 친양자 입양과 다르다), 친생부모와 자녀는 여 전히 친자관계이다. 그런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에 따라 발급되는 조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부모와 자녀가 모두 조부 모의 자녀로 기재되어 그들이 형제관계인 것처럼 보이고, 친생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상세증명서)에는 조부모와 자녀가 조손관계로 보일 뿐 그들 사이의 양친자관계가 공시되지 않는다. 이는 가족관계등록부가 개인별로 구분·작성되고, 가족관계증명서는 본인을 기준으로 그 부모, 자녀, 배우자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제15조 참조), 형제자매 관계나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가족관계증명서상 조부모 입양 관계가 실체에 맞게 공시되지 않거나 불일치하게 보이는 면이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수는 없다.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지는 민법에 따른 실체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입양허가 후 행정사무 측면에서 가족관계를 증명서에 어떻게 기재하고 공시할 것인지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호주제를 기초로 한 호적 제도가 폐지되고 2008. 1. 1. 개인별 편제 방식의 가족관계등록 제도가 시행된 후 가족관계등록법은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재내용의 진실성 제고, 국민의 권익보장 확대를 위하여 10여 차례 이상 개정되었다. 조부모 입양과 관련해서도 가족관계증명서 기재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이를 개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바. 입양과 후견의 관계

    친생부모가 양육 의지나 능력을 회복할 경우 언제든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조부모가 후견인으로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동이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경제력이 부족하거나 미혼, 이혼, 사별로 혼자서 자녀를 양육하는 등 열악한 여건에 있는 친생부모의 양육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견이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 여야 한다(아동복지법 제4조 제3항과 입양특례법 제3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친생부모의 자녀 양육을 위한 가능한 정책을 실시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에도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에 동의하는 경우에, 친생부모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기초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친생부모가 언젠가 양육 의사를 회복하여 자녀를 양육하려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한다. 입양특례법 제3조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기 곤란한 아동에게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다른 가정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친생부모의 직접 양육을 위해 다방면의 지원을 하더라도 친생부모가 결국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경우에는 입양을 통해 자녀에게 안정된 양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아동의 복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입양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한 제도로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는 경우 친권자를 대신하여 그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할 사람을 두기 위한 미성년후견과는 그 제도 취지나 법적 효력이 다르다. 후견은 피후견인이 성년에 이르는 등 후견의 필요성이 없어지면 자동적으로 종료하고, 후견인에게 피후견인의 부양 의무가 있거나 후견인의 사망으로 상속 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사. 종합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법원은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 상담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 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하여,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심리 과정에서는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자신의 의견을 형성할 능력이 있다면 자녀의 나이와 상황에 비추어 적절한 방법으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사건본인의 친생모(1996년생)는 사건본인의 친생부와 사이에 사건본인을 임신하였고, 2014. ○○. △△. 혼인신고 후 같은 달 □□일 사건본인을 낳았다.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이 되었을 무렵 친생모는 사건본인을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 집에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친생모와 친생부는 2015. 9. 18. 협의이혼하였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면서,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였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재항고인들이 외조부모이자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상태에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사건본인의 양육에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다. 장래에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이 사건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그 부모인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양친자관계를 맺으려는 의사를 부정할 수도 없다. 조부모인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원심은 친생부모나 사건본인 등에 대한 가사조사,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친생부 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친생부모가 자녀 양육과 입양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상태에서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한 것인지, 위와 같은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은 이후에도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가 없는지, 현재까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친생모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둘을 비교·형량하여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혹은 사건본인의 복리에 반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위에서 본 이유만을 들어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원심판단에는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의 잘 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정당하다.

    6. 결론

    재항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결정 이후 가사사건에 대한 전속관할을 가진 가정법원이 새로 설치된 데 따라 그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1)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민법 제867조에 따라 입양하여 손자녀의 양부모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따라서 법률상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는 점, 다만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은 이미 조손의 혈연관계가 존재하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와 조부모의 친족관계가 병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한다.

    (2) 그러나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3)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으로 가족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한 듯한 대법원 결정례(대법원 2010. 10. 24. 자 2010스151 결정, 대법원 2017. 3. 17. 자 2016스138 결정 참조)는 미성년자의 복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할 입양허가 사건에서 친족 내부의 질서 등 구시대적 관념을 중시하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부분 판단이 잘못되었다 하여 위 사정을 포함,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제3자의 일반입양 사건에 비하여 조부모 입양의 요건을 엄격히 판단한 가정법원의 실무 태도 및 이에 따른 원심의 결론까지 부당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4) 2촌 직계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는데다가, 조부모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생부모인 것처럼 양육하기 위하여 하는 비밀 입양은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 국제 규범과 국내 법령은 원가정 양육의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한 후견 제도나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정비되어 있는데, 친생부모의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으로서 친생부모에 의한 원가정 양육을 지지하고 원조하여야 할 조부모가 오히려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열악한 친생부모의 양육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는데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허가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조부모에게 실질적인 입양의사가 있다는 사정은 입양허가의 한 요건에 불과하고 앞서 본 여러 가지 우려를 극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조부모의 입양은 위의 우려가 모두 해소될 수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허가할 수 있다. 가정법원은 직권탐지주의에 따라 후견적 입장에서 제반 사정들을 심리한 다음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할 넓은 재량권을 갖는다. 이하 구체적으로 보기로 한다.

    나. 입양제도의 연혁과 입양의 목표

    (1) 우리나라에서 입양제도는 가(家)를 위한 입양에서 벗어나 자녀를 위한 입양으로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최우선의 목표이고 국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책무를 부담하며 법원이 아동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온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입양제도는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 중 자신과 같은 항렬에 있는 남계 혈족의 아들을 양자로 들여 가문의 대를 잇게 하는 것으로서, 순전히 ‘가(家)를 위한 입양제도’의 성격을 지녔다. 

    1960년 제정 민법의 시행으로 당사자 간 합의를 기초로 한 근대적 입양제도가 도입되었지만, 호주가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때에 양자를 선정하는 사후양자(제867조)와 유언에 의한 양자(제880조), 사위를 양자로 삼는 서양자(제876조) 제도가 여전히 유지되었고, 양부와 동성동본이 아닌 양자는 양가의 호주상속을 할 수 없고(제877조 제2항) 호주의 직계비속 장남자는 본가의 계통을 계승하는 경우 외에는 양자가 되지 못하는 등(제875조), 입양제도는 여전히 가를 위한 성격을 지녔다.

    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1991. 1. 1. 시행)은 위와 같은 사후양자, 유언양자, 서양자를 모두 폐지하여 가를 위한 입양제도로서의 성격을 탈피하였고,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2008. 1. 1. 시행)은 친생부모와 양자의 친자관계를 단절하고 양자를 친생자와 같이 취급하는 친양자제도를 신설하였다.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된 민법(2013. 7. 1. 시행)은 미성년자의 입양에 대한 가정법원의 허가 제도를 도입하여 입양제도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미성년자 입양이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만으로 가능하였던 구법상 입양의 폐해를 시정하고 입양 과정에 가정법원이 개입하기 위한 입법이다.

    (2) 민법 개정과 더불어 주목할 것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의 입양에 관한 입법의 변화이다.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입양은 구 민법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입양 합의와 신고로써 성립하였다. 이는 아동권리협약 제21조가 당사국들은 아동입양 절차가 관계당국에 의하여만 허가되도록 보장할 것을 규정한 것에 위반되고 국가가 아동의 보호를 위한 후견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2011. 8. 4. 법률 제11007호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국내외 요보호아동의 입양을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전환하고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시기 제한, 상담과 정보 제공 등 아동과 더불어 친생부모의 권익과 복지까지 증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3) 따라서 현재 미성년자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일반 입양, 친양자 입양, 입양특례법상 입양 모두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통일되었다. 가정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으면 입양은 절대적으로 무효가 된다(민법 제883조 제2호, 제867조 제1항). 허가제 도입 전까지는 혈연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입양신고의 효력을 부여하는 판례 법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4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입양허가제 도입 후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개정 민법이 적용되는 경우 입양 의사로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였더라도 법원의 입양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입양으로서 효력을 발생할 수 없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참조). 

    (4) 다수의견은 ‘우리의 전통적인 입양이 남계 혈족을 양자로 입양하는 것이었음’을 근거로 현대에도 혈족인 조부모의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입양제도의 변천 과정을 고려하면, 미성년 자녀의 복리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입양제도 하에서 과거의 가(家)를 위한 입양을 근거로 조부모의 입양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외국에서도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음을 근거로 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입양제도는 그 나라의 가족제도와 문화, 혈연과 가족에 대한 사회의 관념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입양허가 여부를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견이 원용하는 독일에서는 친족의 입양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더라도 조부모의 입양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가하고 있다. 조부모의 입양은 세대를 변경하게 되어 나머지 가족들의 친족관계에 혼란을 줄 여지가 크고, 육아수당 등을 받기 위해 입양을 남용할 위험이 있으며, 후견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점, 특히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왕래가 있는 경우 갈등과 분쟁 요소가 내재하고 실질적인 양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점 등이 판례와 학계의 연구결과로 인정되고 있다.

    다.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과 재량권

    (1)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자 입양허가 심판은 ’라류 가사비송사건‘에 속한다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2호 (가)목 8)]. 실체법상 기준에 따라 당사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가사소송사건에 비하여, 가사비송사건은 가정법원이 후견적인 지위에서 재량에 의해 합목적적으로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재판이다(대법원 2006. 4. 17. 자 2005스18, 19 결정, 대법원 2019. 11. 21. 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리 방식은 변론을 요하지 않고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하며 법원의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고(가사소송규칙 제23조 제1항), 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취지에 엄격하게 구속되지 않는다. 특히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상대방이 없는 비대심적 구조로서 가정법원의 후견적 허가나 감독처분이 요구되는 사건으로, 비송재판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미성년자 입양허가 사건은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일방적인 청구에 대하여 가정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재량적으로 입양허가를 결정하는 사건이다. 앞서 본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취지, 가사소송법이 입양허가 재판을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한 점에 비추어 보면, 가정법원은 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직권으로 탐지한 자료에 따라 ’입양이 청구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넓은 재량권의 범위에서 입양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또한 판단할 권한을 갖는다. 

    (2) 입양허가 사건은 비대심적 구조로서 입양청구인만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전면적으로 재판을 수행한다. 입양은 입양청구인뿐만 아니라 입양될 자녀의 신분관계와 재산관계에 중대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 친생부모 역시 입양이 이루어지면 사건본인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상실하는 등 부모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미성년 자녀는 ‘사건본인’이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고, 13세 미만의 자녀는 재판 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9 제1항). 자녀의 친생부모 역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의 후견적 기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은 재판을 수행하는 입양청구인의 주장에 구애되어서는 안 되고 그 뒤에 숨어있는 실질적인 당사자인 사건본인과 그 친생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탐지하고 후견적·재량적으로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고 입양허가 사건이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 규정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입양 합의, 친생부모의 승낙·동의, 양친자와 양자의 자격 등은 입양허가 청구를 할 때에 당연히 갖추어야 할 전제 요건에 불과하고,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가정법원은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사건본인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심리하여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4)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 중 ‘조부모가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나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은 곧 당사자에게 입양 의사가 있고 친생부모가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견은 조부모의 입양 의사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어도 입양이 아동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나(3.나.항), 이는 민법 제867조 제2항의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다수의견은 ‘당사자들이 입양을 원하는데도 입양을 불허가할 때에는 공익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입양청구인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인바[4.마.(3)항] 다수의견을 관철하면 입양의 합의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우려가 있다.

    입양허가제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입양당사자 사이의 의사가 합치되었다면 입양허가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는 견해는 극복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본 것처럼 당사자의 의사합치만으로 입양신고가 가능하였던 구법 하에서의 해석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

    라. 조부모 입양에서 입양 의사·목적에 대한 엄격한 심사의 필요성

    (1) 이 사건은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조부모가 그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민법 제867조에 따른 미성년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이다. 미성년 자녀의 입양이 일반적으로 친생부모가 존재하지 않거나 행방불명 등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과 구별된다. 친생부모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인 때에는, 민법 제869조의 동의·승낙을 할 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없어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등(민법 제928조, 제932조) 후견절차가 선행되거나, 민법 제869조 제3항 제2호, 제870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적용 규정과 요건이 달라지고 가정법원이 고려할 사항이 달라진다.

    (2) 친자관계는 출생에 의해 형성되는 자연적 친자관계와, 친생자관계가 없음에도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인위적으로 성립한 법정친자관계로 구분할 수 있다. 친생자는 혈연에 의해 성립하는 자연혈족임에 비하여 ’양자‘는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률에 의하여 친자관계가 인정되는 점이 핵심이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제1항은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이고(제1호),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를 말한다고 정하여(제2호), 입양은 곧 혈연이 없는 사람 사이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임을 전제하고 있다. 

    조부모는 손자녀와 2촌 관계에 있는 직계혈족이다. 직계혈족 사이에는 상호 부양의무가 있으므로(민법 제974조 제1호), 조부모는 이미 미성년 손자녀에 대하여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혈족은 친족의 중요 구성범위이고(민법 제767조, 제768조) 생계를 같이 하는지를 불문하고 ‘가족’에 포함되고(민법 제779조), 동거하는 경우 ‘가정’에도 포함된다. 이처럼 이미 가까운 혈족인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입양하는 것은 법정친자관계의 개념에 비추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서, 입양의 이유나 목적을 세심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 

    (3) 입양이 허가될 경우 미성년 손자녀의 친생부모가 존재함에도 그 친생부모의 친권·양육권이 배제되고 조부모가 부모의 지위를 대체하게 된다.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실질적으로 부모·자녀의 관계를 맺고 생활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입양을 허가할 요건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조부모의 입양 의사는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손자녀를 자녀인 것처럼 관계를 맺고 생활할 의사이다. 이 경우 입양허가의 필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 비밀 입양의 문제점

    (1) ‘입양의 의사’는 ‘양부모로서 양육하려는 의사’ 또는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임이 그 문언상 명확하다. 민법 제882조의2는, 입양이 허가되면 양자가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제1항), 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존속한다고(제2항) 규정한다. 이는 친양자 입양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908조의3이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고(제1항),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종료된다고(제2항) 규정하는 것과 구별된다. 따라서 입양의 결과 양부모와 양자의 관계는,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긍정하는 전제 하에서 형성되는 것이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절연시키거나 이를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2) 이 사건을 포함하여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대하여 묵비하고 자신들이 마치 친생부모인 것처럼 자녀를 양육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는 ‘양친자관계가 아니라 친생자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에서 입양허가를 청구하고 입양의 목적 역시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친생자관계를 배제하고 그 위에 친생자관계를 가장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정법원은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는데, 이는 조부모와 사건본인, 다른 가족들 기타 사건본인의 생활영역에 속하는 관계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양친자관계’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가능하다. 사건본인을 둘러싼 다른 관계인들이 조부모와 사건본인의 관계를 ‘친생자’로 가장하고 진실을 숨기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양친자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3)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조부모가 재판과정에서 사건본인에게 향후 입양 사실에 관하여 묵비하고 친생부모로서 행동하고 사건본인에게도 자신을 친생부모로 여기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 입양의 의사를 인정하는 데에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4) 비밀 입양은 미성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도 가볍게 취급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혈연 중심의 전통 문화와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양부모가 입양 사실을 숨기고 양자를 친생자처럼 키우는 비밀 입양이 많았다. 그러나 입양아동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를 통하여 입양 사실을 입양아동과 주변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입양아동이 입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자아정체성의 혼란이나 진실을 숨겨온 가족에 대한 불신·배신감으로 정서적·행동적으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가족 내에서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어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 등이 그 이유이다. 사건본인이 친생부 모를 형제자매로 알고 지낸 경우, 특히 친생부모가 혼인하여 다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매우 클 수 있다.

    (5) 다수의견은 사건본인에게 입양 사실을 묵비하려는 경우에도 입양 의사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견해를 취하면서, 그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과거 비밀 입양이 많았고 판례도 허위의 출생신고에 입양의 효력을 부여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혈연 중시 의식과 이를 반영한 비밀 입양 태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한 현대 입양제도 하에서 극복해야 할 관념이지 유지·계승할만한 것이 될 수 없다. 

    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후견 및 사회보장제도의 정비

    (1)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가능한 한 친생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정하고, 국제 입양에 관하여 아동권리협약을 구체화한 「국제입양에서 아동보호와 협력에 관한 헤이그협약」(1993)은 당사국은 우선적으로 아동이 출생한 원가정에서 양육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한다. 아동은 태어난 원래 가정인 친생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것이 아동의 복리를 위해 가장 바람직하므로, 원가정 양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2) 아동복지법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여 보호할 경우에는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고(제3항), 아동이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또는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하며(제5항), 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홍보를 하여야 하고(제6항),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양육하기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지원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7항). 위 규정들은 국제 규범에 맞추어 아동이 원칙적으로 원가정에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아동복지법이 2011. 8. 4. 및 2016. 3. 22. 개정되면서 신설되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부 또는 모가 혼자서 아동을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이 안정적인 가족 기능을 유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각종 복지급여를 실시하도록 정하는데(제12조), 24세 이하의 모 또는 부를 ‘청소년 한부모’라고 정의하고 그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제2조, 제4조 1의2호, 제17조의2 내지 제17조의5, 제20조 제2항). 앞서 본 것처럼 구 「입양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2011. 8. 4. 입양특례법으로 전부개정된 것도, 법률 명칭의 변경에서도 나타나듯이 ‘입양을 촉진하는 정책’을 포기하고 아동이 태어난 ‘원가정을 보호하는 정책’을 표방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 

    (3) 위와 같이 국제 조약과 국내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미성년 자녀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법은 미성년후견 제도를 완비하였다. 2011년 민법 개정 전에는 친생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을 상실하여야만 후견이 개시되었고 후견이 개시되면 최근친 직계존속이 당연히 후견인의 지위를 취득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의 친생부모가 일시적으로 양육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합한 양육자에게 후견인 지위를 부여할 방법이 없었다. 

    2011. 3. 7. 및 2014. 10. 15. 민법이 개정되어 법원이 미성년 자녀를 위해 적합한 후견인을 선정할 수 있게 되었고(민법 제932조),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만큼만 친권을 제한하였다가 그 사유가 소멸하면 친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친권의 일시 정지, 일부 제한 등 제도가 신설되었다(민법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2조의2). 

    (4)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후견인을 아동의 보호자로 인정하여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이 인정되는데 친권자뿐만 아니라 후견인도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에게 양육수당이나 보육서비스 이용권 등을 지급하는데, 수급권자인 ‘보호자’에 친권자·후견인을 포함하고(제2조 제4호), 아동수당법에 따라 7세 미만의 아동에게 매월 지급하는 아동수당(제6조 제2항, 제2조 제4호), 유아교육법에 따라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지급하는 유아교육 관련 비용(제24조, 제2조 제3호)도 마찬가지이다. 초·중등교육법상 보호자의 지위도 친권자, 후견인에게 부여된다. 

    (5) 다수의견은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 사건을 비롯하여 다수의 가정법원의 실무례가 위 사정만을 들어 조부모의 입양을 불허한 것으로 평가한다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입양과 미성년후견은 제도의 취지나 법적 효력을 달리 하므로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가정법원 실무례가 후견을 권장하고 입양을 불허한 것은,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제한되고 조부모가 후견인으로 선임되더라도 친생부 모의 양육능력이 갖추어지면 친생부모의 청구 등에 따라 가정법원의 실권회복 선고(민법 제926조)를 받아 친권과 양육권을 회복할 수 있고, 조부모가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동안은 친권자와 동일하게 손자녀의 보호·교양권, 거소지정권, 재산관리권, 법정대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민법 제945조, 제949조) 양육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으로, 가정법원이 적합한 후견인을 선임하여 우선 아동에게 적합한 양육환경을 마련해주고 친생부모가 양육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함으로써 원가정 양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양과 미성년후견 제도의 본질에 대하여 숙고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수급권까지 고려한다면, 조부모의 입양허가 사건에서 법원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다만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하고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을 관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최대한 원가정에 가까운 형태로 사건본인을 양육할 방법은 없는지, 조부모가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가 입양허가의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사. 친생부모에 대한 고려와 부정적 낙인 방지 

    (1) 친생부모는 입양으로 인하여 자녀에 대한 친권자·양육자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중요한 이해관계인이지만, 입양허가 재판에서 당사자의 지위를 갖지 못한다. 또한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13세 미만의 자녀 대신 입양을 승낙할 수 있고 부모로서 입양에 동의할 자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지만, 재판 실무상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서만 제출하면 이러한 승낙 및 동의가 존재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2) 친생부모의 입양동의 의사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이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당연한 법리라 할 것이다(동의권자의 입양 취소에 관한 민법 제886조 참조). 다수의견 중 입양특례법 제13조와 아동권리협약 제21조의 취지를 원용하여 친생부모에게 충분한 상담과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나머지 견해는 결국 친생부모에 대한 상담, 정보 제공이 이루어진 이상 친생부모의 동의는 자발적·확정적인 것이라고 인정하고 입양 요건이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입양허가 등 라류 가사비송사건은 당사자에게 절차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결론의 정당성이 담보되는 행정절차나 형사재판과 다르다. 현실에서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는 친생부모가 미성년 임신, 이혼, 경제적 무능력 등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의사와 능력이 없어서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겼거나 조부모가 자녀를 데려가는 것을 허용한 사람들로, 입양허가 재판이 진행되는 시점에도 그러한 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열악한 지위에 있는 친생부모는 조부모의 입양동의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워 입양동의서를 작성해 줄 수밖에 없을 터인데, 친생부모가 자발적·확정적으로 입양에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동의’ 요건의 충족을 넘어서 입양을 허가할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다. 자녀를 양육할 수 없는 사정으로 자신의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긴 친생부모를 ‘양육의무를 방기한 부모로서 양육부적격자’로 낙인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조부모가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친생부모가 어린 나이에(10대에서 20대 초반) 자녀를 출산하고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록 지금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신적·경제적으로 성장하면 부모로서 다시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려고 할 수 있고, 자녀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양육의사를 회복할 유인도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일단 입양이 이루어지면 친생부모가 양육의사와 능력을 회복하더라도 스스로 부모의 지위를 회복할 수 없다. 미성년자 입양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재판상 파양에 의하여만 가능한데, 재판상 파양 사유는 제905조 제1호 내지 제4호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위 사유들은 모두 양부모와 양자 사이에서 어느 쪽의 귀책사유가 존재하거나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 입양에 동의했던 친생부모의 양육능력 회복을 재판상 파양 사유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점에서 후견이 개시된 경우와 큰 차이가 있다. 친생부모의 친권이 정지, 제한, 상실된 경우에도 그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는 친생부모나 자녀 등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실권의 회복을 선고할 수 있다(민법 제926조. 친생부모가 친권을 회복하면 후견은 당연히 종료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효과는 자녀가 미성년자인 때에 현저할 뿐 아니라, 안타깝게도 친생부모와 자녀의 일생을 따라다닌다. 자녀가 성년이 되면 입양자와의 협의에 의한 파양이 가능해지지만, 자녀가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더라도 양부모인 조부 모가 협의해주지 않으면 친생부모와 자녀는 일생동안 종전 입양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아동의 양육을 위한 각종 사회복지수급권을 인정하는 등 국가가 아동의 양육 책임을 분담하는 사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열악한 상황에 놓인 친생부모가 양육부적격자라고 낙인찍히고 부모의 지위까지 박탈당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5) 조부모는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그 손자녀의 친생부 또는 친생모와 1촌 관계에 있는 가장 가까운 혈족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손자녀는 물론 그의 친생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상호 부양의무를 부담한다. 친생부모가 양육의사나 능력이 부족하다면 조부모는 친생부모가 앞서 본 사회보장수급권 등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스스로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도록 지지하고 독려하며 때로는 부모로서 채찍질함이 바람직하다. 친생부모의 양육의사나 능력이 도저히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간 동안 친권 정지·제한(부득이한 경우에는 친권 상실)을 청구하고 미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어, 후견인으로서 미성년 손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조부모가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법원은, 미성년 손자녀의 2촌 직계혈족일 뿐 아니라 친생부모의 1촌 직계혈족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는 조부모가 위에서 본 노력과 조치를 다하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위와 같은 제도와 노력,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손자녀를 원가정에서 양육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 비로소 조부모의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아. 미성년자 중심의 판단

    미성년 자녀의 복리는, 그 미성년 자녀를 기준으로 하여 자녀 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조부모의 입양을 넓게 허용하여야 한다는 의견은 ‘미혼부 또는 미혼모나 이혼 가정의 아이는 불행하므로 조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체하여 양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관념을 전제로 하는 조부모 기타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다. 나아가 이러한 시각은 종래 요보호아동의 해외입양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친부모가 경제력이 없거나 미혼모로 출산을 하였으니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것 아닌지’, ‘불쌍한 아이인데 누군가 친생부모인 것처럼 키워주겠다면 좋은 것 아닌지’라는 시각이다. 이는 원가정 양육 우선의 원칙과 이를 향한 민법,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극복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법령에서 추구하는 이념과도 배치된다.

    자.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부양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고 자녀를 스스로 양육할 의사는 없는지,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어떤 관계로 양육하여 왔고 사건본인의 친생모와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는지,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지, 만일 사건본인이 조부모를 친생부모로 알고 있다면 현재까지 양육 상황이 어떠한지 등을 심리하여야 함에도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입양을 불허한 원심결정에 잘못이 있다고 한다. 

    (2) 그러나 제1심법원은 2017. 5. 25. 1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①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재항고인들 및 사건본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② 사건본인과 재항고인들의 관계는 어떠한지, ③ 재항고인들이 입양을 하지 않고 조부모로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는지, ④ 재항고인들의 경제사정 및 양육환경은 어떠한지 등’에 관하여 가사조사를 명하였다. 이에 관하여 가사조사보고서가 제출되고 나서 제1심법원은 2017. 9. 7. 제2회 심문기일을 열어 재항고인들을 심문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재항고인들과 주거지를 달리하면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혼인하고 타지에서 사건본인을 출산한 후 이혼한 경위 및 사건본인 출생 후 7개월 무렵 재항고인들에게 양육을 맡긴 후 재항고인들과 교류하거나 사건본인의 양육에 참여할 수 없었던 사정에 대하여 이미 심리가 이루어졌다.

    재항고인들은 청구서 등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어린 나이에 혼인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경제적 능력이 없고, 사건본인을 3회 외에는 만나러 오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생존하고 있고 아직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리다. 사건본인의 친생모는 재항고인들의 딸이자 한부모가족지원법상 ‘한부모 가정’이지만 위 법 기타 사회복지제도를 이용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항고인들의 원조를 받았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 

    재항고인들은 친생부모의 경제적 무능력과 사건본인에게 소홀함을 강조하여 사건본인을 입양한 후 사건본인이 커서 향후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지금은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양육하겠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재항고인들에게 사건본인과 양친자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향후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극심한 정체성 혼란이 우려되는 등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인하여 사건본인과 친생모의 관계 단절이 우려되기도 한다.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면서 기울인 노력과 이에 힘입어 사건본인이 생후 7개월의 영아에서 취학연령까지 성장한 사정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 사정은 입양허가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재항고인들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결국 가정법원이 사건본인의 입장과 시각에서 사건본인의 현재 및 장래의 복리를 위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나게 되기 때문이다.

    (3) 나아가 다수의견의 법리를 받아들이더라도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원심의 잘못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원심을 파기할 사유에 이르지 않는다(가사소송법 제43조 제4항).

    다수의견은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자발적·확정적인지,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후 양육의사에 변화가 있는지 더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하나, 원심이 친생부모의 입양동의의 자발성 등을 부정하여 입양을 불허한 것이 아니므로 이 점이 재판결과에 영향이 없음이 명백하다. 

    친생모가 사건본인과 교류를 하였는지나 사건본인을 양육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더 심리하여야 한다는 점을 파기 사유로 드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항고인들이 제출한 서면에서 스스로 이에 관하여 주장을 하였을 뿐 아니라, 친생모가 사건본인을 재항고인들에게 맡긴 2015년 중반기(사건본인 출생일인 2014. ○○.경부터 약 7개월 후)로부터 이 사건 입양허가 청구일인 2016. 10.경까지는 1년여에 불과하다. 그 후 재판이 진행된 장기간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스스로 자유롭게 찾아가기 어려웠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수의견 스스로 입양될 자녀의 나이가 학령기에 이르고 그동안 조손관계로 양육되어 온 경우에는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로 평가될 수 있다고 하였다. 사건본인이 현재 이미 취학연령에 달하여 이제는 조손관계가 확립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고, 조부모의 입양이 이미 학교에 입학한 사건본인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재항고인들의 비밀 입양에 대한 일관된 주장은 이미 본 바이고, 이에 대하여 추가로 심리할 부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다수의견이 추가 심리 대상으로 적시한 사항들은 재판 결과에 영향이 없거나 이미 심리된 내용이다. 다수의견은 재항고인들의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친생모의 양육 부적합성을 선명하게 심리하여 원심의 결론을 탓하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4)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제1심 종국재판은 심판으로써 하고 심판서에는 이유를 적지 아니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39조 제1항, 제3항). 항고법원의 재판은 이유를 붙여야 하지만(가사소송법 제34조, 비송사건절차법 제22조) 대심적 구조를 취하지 않고 임의적 심문 절차에 의하며 직권주의와 후견적 성격이 강조되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의 특성상 심문조서나 결정 이유에 사실 인정과 판단 이유를 세세하게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1심과 원심은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재항고인들의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정에 판단의 근거가 상세히 설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법원이 충분한 심리나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 보아서는 안 될 뿐더러 법원이 막연한 추단을 한 것이라고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5) 원심이 같은 취지로 재항고인들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것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으므로, 재항고는 모두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8.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의견에서는 조부모의 입양에 대한 엄격한 허가 기준과 이에 따른 원심의 정당성을 밝혔다. 아래에서는 시각을 바꾸어 이 사건에서 입양이 허가될 경우 관련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가족관계등록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부모의 성명·본을 기재하되 입양의 경우 양부모를 부모로 기재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나)목 및 제3항]. 그런데 일반 입양은 친양자 입양과 달리 자녀의 성·본이 입양으로 변경되지 않고 사건본인은 외조부인 재항고인 1과 성·본을 달리하므로, 입양이 허가될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재항고인들을 부모로 기록하더라도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의 친생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점은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자녀의 성명·본이 기재되므로[가족관계등록법 제15조 제2항 제1호 (다)목 및 제3항], 재항고인들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모와 사건본인이 모두 자녀로 기재된다. 그런데 사건본인의 성·본이 친생모의 성·본과 다르므로 성·본이 다른 두 사람이 재항고인들의 자녀로 병렬적으로 등록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재항고인들과 사건본인의 가족관계에 관한 사항은 주민등록표에도 동일하게 반영된다(주민등록법 제14조, 주민 등록법 시행령 제21조). 재항고인들은 입양 사실을 감추고 친부모인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여 사건본인을 양육하기 위하여 입양허가를 구한다고 주장하지만, 입양허가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 재항고인들은 입양이 허가되더라도 사건본인의 성·본을 자신들의 성·본과 같이 변경하여야만 ‘친자관계의 외관’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하여는 별도로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른 성·본변경 허가 청구를 하여야 한다. 법원은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변경이 필요한지 사건본인의 입장에서 여러 요소를 비교·형량하여 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사건본인의 성·본이 변경되면 친양자 입양이 이루어진 것처럼 사건본인과 친생부모의 관계가 사실상 단절될 수 있으며, 이는 법원이 조부모의 친양자 입양을 매우 엄격하게 처리하여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 것을 잠탈하고 우회적으로 친양자 입양을 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달성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2021. 12. 23.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천대엽  

    대법관  오경미 

     

     

     

     

     

    ※ 입양의 의미, 종류와 차이점에 관하여는 다음의 블로그 글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marulaw.tistory.com/28?category=1031481 

     

    [입양] 입양의 종류와 차이점(일반양자 입양, 친양자 입양)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2021. 12. 23.에 자녀의 복리에 더 좋다면 친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친부모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결정이 처음으로 나오고, 입양의 요건 등의 내용에 대하여 사람들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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